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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인터뷰②] ‘마성의 기쁨’ 전재홍, ‘사랑받기 위해 살아가는 배우’

2018-09-06

BY 뉴스타운 ON 2018년 9월 6일

▲ 사진=투어테인먼트 제공 ⓒ뉴스타운

백아현 기자 | tatae0430@daum.net

열정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와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신선했다. 예상보다 심도가 높은 답변들을 듣다보니 배우를 넘어 ‘전재홍’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보게 됐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은 굳건하니 진중할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계속 눈길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 극단에 가는 것을 출근에 비유했다. 일반 직장인과 직업군이 다를 뿐,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이유였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작품을 돕는 거라고 말했다. ‘마성의 기쁨’을 예로 든다면 ‘전재홍’이라는 배우가 ‘노영호’로 완전히 탈바꿈 하는 것. 그 바운더리 안에서 역할로 숨을 쉬고, 생활하는 것. 사람들에게 희노애락을 전달하기 위해 배우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그 희열이 그렇게나 좋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말도 아닌 것이 뇌리에서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다. 보통 ‘배우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멋있는 문장과 단어를 섞어가며 말을 한다던가, 아니면 극적인 스토리를 엮어 얘기를 만든다던가. 여하튼 번지르르하고 극적인 요소들로 포장하기 마련인데 이 배우에게 가식이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너무나 직설적이고 솔직했다. 문득 이런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 배우로서의 모습이 궁금했다.

“예전에 ‘아이러브 유’라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뮤지컬을 공연한 적이 있어요. 첫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었는데, 그때 제가 정말 존경하는 연출가 선생님께서 ‘배우는 도자기를 빗는 장인과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연기는 매 번 달라야 한다. 살아있어야 한다’라는 말도 덧붙여주셨죠. 그런데 저는 그 말을 혼자 오해했었나 봐요. ‘매번 달라야 한다’는 말을 저는 ‘매일 다른 감정으로 연기해야한다’로 오역했어요. 같은 캐릭터를요. 그날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억지로 그 캐릭터에 맞춰서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때는 그게 맞는 줄 알았죠. 계속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남경주 선배님 예시를 들어주시면서 ‘배우의 연기는 매일 새로워야하지만, 본질은 항상 똑같아야해 재홍아’라고 하시는 거예요. 맥락은 유지해야한다는 거죠. 그 당시의 저는 그 큰 맥락을 혼동했던 거고요. 잘못 된 생각을 바로잡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자 어려움이었어요. 그 일은 배우 생활을 계속 하면서 항상 상기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겠죠. 저는 배우니까요”

나름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던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들은 존재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데뷔 초, 무서울 것이 없었던 하루하루, 당연하듯 따라오는 인기와 박수. 밝은 빛을 보면 위험을 감지하고도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달콤함에 취해 그 이면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어둠이 더 길고, 지독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어둠이 있기에 빛도 존재하는 법. 그 시기를 지나 비로소 허물을 벗고 나오면,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 사진=투어테인먼트 제공 ⓒ뉴스타운

“출연진들이 거의 제 또래들이다 보니 텃세 같은 게 없었어요. ‘그리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행운이자 독이었죠. 독이라고 표현한 것은 신인 시절부터 과분하게도 주연이란 자리가 주어지고, 사랑도 받고, 인기도 얻고, 팬들도 생기다 보니까, 그게 전부라고만 생각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만이 넘쳤던 거죠. 그럴 수밖에 없던 촬영 환경도 영향이 컸다며 스스로를 위안했고, 그 부분을 깨우치는 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 이후가 더 힘들었어요. 자괴감도 많이 들고, ‘왜 내가 이걸 해야 하지’라는 의문만 가득했던 나날들이었죠. 20대는 그렇게 자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요. 원하는 작품도 계속 하고, 관객들의 박수도 많이 받으니까 겁날 게 없잖아요. 인정을 받고 있으니까. 그런데 점점 제가 원하는 배역을 맡지 못하게 되고, 뮤지컬에도 매번 붙지 못하고, 붙었다 한들 다른 배역이 주어지고 이러다 보니 저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탓 하게 되는 거예요. 원망만 했던 거죠. 그 시절을 겪고 난 뒤에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갑자기 문득 ‘그럼 너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했는데? 뮤지컬 배우를 한다는 사람이 노래 레슨이나 제대로 받아본 적이 있니?’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성공하는 배우들을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는 거예요. 점차 그 배우들처럼 행동하고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마이너스가 된 거죠. 저에게 맞는 옷이 있는데 그걸 찾지 않고 유명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만 따라했으니까요. 그 배우들과 저는 다르고, 분명 그들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을 텐데 그걸 찾지 않았던 거죠. 그러니까 프로가 될 수 없었던 거예요. 아직도 자아성찰의 시간은 가지고 있어요”

후회로 가득 찼고 아쉬웠던 지난날을 되새기다 보니, ‘배우가 되려는 이유가 뭘까?’라는 기초적인 궁금증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떠올리려고 해봐도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고.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연습실을 가는데,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동안 운 좋게 좋은 작품에 캐스팅이 됐던 건 본인의 잠재력으로 인해 받은 선택이었는데, 이제는 그걸 뛰어넘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나이가 됐다는 걸 직감했다며 갑자기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 노래와 연기 레슨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왜 배우가 되려고 하는지 스스로 더 원초적인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많은 조언도 구해봤지만 그때마다 선배들은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다. 너보다 못하는 애들도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셨거든요. 너무 감사한 말씀이었지만 제가 듣고 싶었던 답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어떤 한 친구와 전화를 하는 중에, ‘그래서 오빠는 뭐가 되고 싶은 건데? 왜 무대를 서고 싶은 건데?’라는 질문을 받은 거예요. 아…순간 머리가 멍하더라고요. 그렇게 계속된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레 가슴깊이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저는 사랑받기 위해서 살고, 사랑받고 싶어서 배우를 하는 것 같아요. 굳이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인정받거나 사랑받지 않아도 좋아요. 그저 단 한사람이라도 제 연기를 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 자체가 좋더라고요. 잘할 수 있는 일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냥 연기를 통해 사랑받는 느낌 자체가 설레요. 그래서 배우를 하고 있는 건가 봐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본인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주로 얘기하며 자만했던 시절에 대한 속 깊은 마음도 내비쳤지만, 정작 자신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를 처음만난 나조차도 안타까웠다. 저절로 이런 말을 전하게 되었다. 본인을 보고 꿈을 키운 친구도 분명 있을 거라고. 이미 충분히 훌륭한 배우라고. 나는 그가 이번에도 멋쩍게 부정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운이 좋았어요. 후배들 중에 저를 보고 꿈을 키웠다는 친구가 있더라고요’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고, 나는 ‘거봐요, 그럴 줄 알았어요’라고 받아치며 서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그는 덧붙여 말했다. 뮤지컬 타이타닉 회식자리에서 한 친구가 ‘저 형 노래를 들으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그 당시 그 친구가 들었던 곡이 단 한 곡인 데다가, 큰 인상을 주기에는 임팩트가 크지 않은 곡이라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전환점, 앞으로 더 나아가는데 필요한 원동력이 되었죠”라고 말하며 그는 수줍게 미소지었다.

“원래는 뮤지컬 배우를 꿈 꿨던 게 아니었어요. 뮤지컬을 보는 건 좋아했는데, 직접 연기를 한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죠. 대학교 시절에 많은 작품을 봤었는데요. 시청각실 자료 중에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DVD가 있었어요. 정말 100번이나 다시 볼 정도로 좋아했던 작품이에요. 탭댄스에도 마음이 꽂혀 혼자 연습하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동경의 대상이 됐어요. 그래서 제가 2010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42번가’ 작품을 하게 됐을 때 너무 행복했었죠. 제가 너무 동경했던 캐릭터였으니까요. 그래서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빌리 로러’역할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과장을 살짝 덧붙여서 말하자면 이 작품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웃음)”

그와 함께 했던 시간동안 무엇보다도 진솔함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와 ‘기자’의 만남이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소통한 기분이랄까. ‘전재홍’과 나눈 모든 얘기들을 서면에 싣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를 보면 떠오르는 성경 구절이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초심으로 돌아가 배우로서 2막의 인생을 시작하는 그에게 시작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을지 몰라도 그 끝은 눈부신 아름다움만 가득할 거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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